백두대간

백두대간 19회차 구룡령~조침령

임호빈 2007. 9. 26. 00:34

이제 백두대간구간도 얼마안남았다. 이걸 끝내면 뭘할까? 초롱이부터 둥구리까지 산행기를 읽으며 나도 애들과 함께 2차종주를 꿈꾸지만 애들은 계속 안하겠다고 버티고있고..정맥을 할까, 아님 백두대간을 한번더할까? 예전처럼 지리산, 북한산이나 열심히 다니나? 100두님처럼..

 

종착역이 다가오니 후련한마음이드는게 아니고 더 초조해지는 마음은 왜 그럴까..오히려 마치는것이 더 겁난다.

 

어째든 이번구간을 마치고 생각해보자.

 

백은나김성선부부와 만나기로한 단목령까지는 짧은거리가 아니다.

최대한 짐을 가볍게 꾸렸다. 여벌옷은 모두 생략했고, 2끼분,라면2, 물만두8개와 간식으로 스니커즈4, 연양갱2개말고는 절대적으로 가지고가던 과일(사과, )도 모두 제외했다.

 

양양시내에서 아침식사후 구룡령으로 이동한다.

예의 기사아저씨의 얘기는 끝이없다. 고도를 높일수록 택시가 휘어청거릴만큼 바람이 거세다. 제설된 도로는 바람에 날린눈으로 제설차가 다시 작업을 하고있고 기사아저씨는 눈보라와 세찬바람소리에 긴장되는지 조용해진다.

 

1.산행일자     : 2006 2 10일(금)~211() 2일간

 

2.산행구간     : 백두대간 구간(구룡령~갈전곡봉~연가리골~조침령)

 

1일차: 구룡령~갈전곡봉~왕승골~연가리골갈림길

구룡령(04:20)-치밭골령(08:05)-갈전곡봉(08:47)-왕승골3거리(12:41)-무덤(13:37)-968.1(14:35)-연가리골갈림길(18:02)

 

2일차: 연가리골갈림길~조침령

연가리골(09:30)-지도상 샘터표시(14:36)- 조침령/구룡령 표지판(16:20)-바람불이갈림길(16:55)- 조침령/구룡령표지판 나무계단(18:15)- 조침령표지석(18:30)-서림(20:20)

3.산행거리 및 산행시간 :

1일차 : 00 km    : 13 42

2일차 : 00 km    : 9간(서림까지 10간 50)

 

4.일행 : 홀로

 

5.사용경비 : 116,100

. 고속버스(서울~양양,심야)           : 21,600

. 택시(양양~구룡령)                  : 35,000

. 아침식사                           :  6,000

. 택시(서림~양양)                    : 15,000

. 고속버스(양양~서울)                : 19,600

. 기타잡비                           : 20,000

 

6. 산행교통정보

. 갈때; 우등고속버스 서울강남(23:30)à 양양(03:40), 동부고속

        양양à 구룡령, 택시(011-369-0905), 미터요금

. 올때; 서림à양양, 택시(011-369-0905), 미터요금

        양양à 서울강남 , 우등고속버스, 동부고속,

 

7. 산행경로보기(마젤란 GPS, 스포트랙 맵으로 측정)

 .

8. 산행기록

 

210일 첫째날() : 구룡령~갈전곡봉~연가리골갈림길

- 04:20 구룡령

바람이 잠시도 서있지못할만큼 거센 폭풍수준이다. 제설작업으로 쌓여있는 눈때문에 힘겹게 들머리로 들어서서 생태터널위쪽으로 올라간다. 택시기사는 걱정스러운지 아직 안가고 서있다. 가라고 손짓하니 그제서야 출발을 한다. 올라서서 표지기방향으로 움직이니 곧 눈이 허리까지 빠진다. 겁이 더럭난다. 물론 계속 이렇진 않으리란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안다.

바둥거리며 겨우 빠져나오니 오르막길에 눈은 무릅에서 허벅지.. 최대 허리까지 빠진다. 바람소리에 겁을 먹은데다, 눈깊이도 그러고보니 갑자기 포기할까하는 생각도 든다. 잠시서서 갈등을한다. 다시 택시를 부를까..거친호흡이 잦아들면서 약간의 평온을 찾고 일단 조금더 진행해보고 결정하기로한다.

 

갑자기 앞에 빨간눈이 보인다. 서로가 놀랐다. ~~ 토실토실 살이오른 옅은갈색의 토끼다. 랜턴불빛을 받고도 내앞으로 뛰어오더니, 바로 앞에서 옆으로 피해간다. ..저발자국이 토끼발자국이었구나, 짜식 발자국은 무슨 호랑이발자국같네..

 

만약 계속 허벅지구간이었으면 포기했을텐데, 절묘하게도 인내가 극에 달할만하면 무릅, 또 발목까지 살살 꼬드기면서 진행하게 만든다.

 

날이흐려 해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약간 시야가 보이면서 바람소리에 주눅들어 잔뜩긴장되었던 몸이 좀 풀린다.

 

- 08:05 치밭골령



 



 

 

 

눈속에 치밭골령 표지목이 빼꼼이 보인다. 지도를 펴보자. 지도에 표기는 없지만 약 시간반이면 올 수 있는거리를 약 4간가까이 걸려왔구나..

도깨비님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이번주 산에들 홀대모님들 들지말라하시라 전화한다. 백은나김성선님께도 금일중으로 단목령은 택도없고 아예 안오시는 것이 좋겠다고 전화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모르지만 시간지체가 너무심하다. 전화를 하고나니 힘이 좀 난다. 하나,, , 넷 번호맞춰가 ! 구령을 하며 걸으니 속도가 더 난다.

 

- 08:47 갈전곡봉

! 뭐시라.. 새나드리12.7km(6간30)/구룡령3.4km(2간)가 표시된 표지목이 서있다. 4간이상 죽을힘을다해 왔는데, 겨우 2간거리라고? 그럼 새나드리는 12간이상? 힘이 쪽빠지네..

 


 


 

 

 

쌓여있는눈은 더욱 기가 질리게 만든다. 사실 눈의 질이 너무 안좋다. 겉은 딱딱, 속은 다소 부드러운편인데, 속의 눈도 바람에 다져져 발이 한번 빠지만 쉽게 빠지지않았다. 허벅지까지 빠지는구간은 발을 빼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모든 구간이 이랬다면 아마 아직도 눈속에서 허덕이고 있겠지요? ㅎㅎ

 

그래 텐트있는데 가보는데까지 가보자. 지금 되돌아가도 하루, 앞으로 가도하루거리다.

 

(넘어서기힘든 눈언덕구간)


(바람에 밀려쌓인 고통스런 능선구간)

 

- 12:41 왕승골3거리

..표교수님의 알림판은 구룡령 3간30, 조침령6시간이라는데..난 구룡령에서 820분이 걸렸네..이젠 정말 빼도박도 못한다. 무조건 앞으로 가야된다.

눈에 덮인 묘지도 지나고, 잠시 지나온길을 돌아본다. 사진의 저 높은봉우리가 뭐지? 저게 갈전곡봉인가? ..모르겠다. 뒤돌아본 뿌연 능선길은 눈꽃이 없어서인지 눈도 별로 없는것처럼보인다.

(뒤돌아본 대간길)

 

바람이 너무 심해서인지 눈꽃도없고, 전망도 없고 날도 뿌옇다. 더 이상 카메라를 꺼내지 않는다.

 

- 16:35 968.1

지도를 펴본다. 연가리골이 얼마안남았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다행히 크게 어려운구간이 아니다. 이곳 눈은 바람을 별로 안타는곳이라 신설처럼 풀풀날린다. 비록 허벅지까지 쌓여있지만 손쉽게 헤치며 나아간다.

 

그냥 여기서 잘까..바람도 없고, 경사도 그리 급하지않고..아니야 내일 조침령까지 갈려면 연가리골까진 가는게 좋아. 나중에 큰 후회막심 결정이었지만 고민끝에 지나친다.

 

- 18:02 연가리골 샘터

아무리 편한들 눈길은 눈길..어두어지는가운데 도착한 연가리골은 바람이 심해서인지 넓은공터에 눈이 별로없는곳이었다.

 

남들 5~6간이면 올거리를 무려 14 가까이 걸렸네.

 

바람이 심해 텐트칠 자리가 마땅찮다. 경사가 완만한 샘터쪽에서 바람이 불기에 급경사의 반대편에 쳐야되는데몇군데 찾아보지만 비좁고.. 결국 공터바로 아래쪽을 또 눈을 파고 죽은 나무토막으로 보강하면서 눈을 다져서 약간의 공간을 만들어 텐트를 친다.

윗쪽으론 바람에 노출되어서 취사장소는 또 아래쪽을 더 파서 바람을 피해 눈을 녹여 밥을한다.

 

 

이곳눈은 부유물이 많아서인지 꼭 인삼냄새가 난다.

침낭에 누워 핸드폰을 켜보니, 우리 홀대모님들께서 격려문자를 많이 보내주셨다.

덕분에 침낭안이 더 훈훈해진다.

도깨비님께 조침령에서 서울가는 교통편을 문자넣어달라며 부탁한후 잠에 빠져든다.얼마나 잤을까 문자알림소리에 확인을 하고 다시 잠이든다. 바람소리에 두어시간마다 자다깨다 반복한다.

 

211일 둘째날() : 연가리골~조침령~서림

- 07:30 기상, 09:30분 출발

가당찮게도 시계알람을 5 맞춰놓았다. 남들한텐 조침령까지만 하겠다고 했지만, 어제 그고생을 했건만 정신못차리고 계획은 거창하게 단목령까지 가는거였다.

 

그러나 시계알람을 무시하고 다시 잠들어 밖이 훤해지고나서야 다시 깬다. 간단하게 계획은 취소되었다.

 

바람도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어제완 딴판으로 날씨가 춥지않다. 한 영하 3~4? 밥을 먹으며 땀이 나 우모복을 벗었으며 산행은 집티와 얇은 라이너장갑만으로 가능했다.

(기상후..발쪽이 약간 무너졌다. 큰일날뻔했다)

(아침 출발전..연가리골 샘터 이정표)

 

! 날씨가 덥다. 남사면은 빠르게 눈이 녹는구나.. 겹겹이 쌓인구간 먼저 녹지 엉뚱한곳부터 녹네.

다시 눈과 씨름이다.

 

 

이번산행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역시 표지기다. 어디가 어딘지 애매모호할 때 멀리서 펄럭이는 표지기들..너무나 고마웠다.

 

(산행기를 애독한 산사자님부부표지기..이표지기는 길이 명확한곳에 있다)

 

이제 4..왼쪽으로는 쇠나드리쪽 도로가 보인다. 4가넘으며 다시 바람도 불고 추워지기 시작한다. 자켓을 다시 입고 장갑도 두툼한것로 바꾼다.

30여분가니 갑자기 멀대처럼 기다란 표지목이 있다. 조침령/구룡령표시만 되어있고, 거리는 없고, GPS좌표만 있다.

GPS가 있는사람들한테는 별필요없는 정보이만 격자지도만 활용하는 사람들한테는 지도상 현위치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겠다.

 

얼마 안남은길 중간중간 예의 눈밭은 더욱더 기승를 부린다. 4시55 바람불이 하산로 표지목이 서있고, 하산로쪽으로는 발자국이 나있다. 누가 올라왔다가 도로 내려갔나? 조침령방향으론 없다.

 

 

546 날이 심상찮다. 꼭 눈이 쏟아질 분위기다. 시꺼먼 구름속에 이제 해가 떨어질려고한다.

해가 있을 때 조침령에 도착하고 싶었건만, 오늘도 어둠속에 도착하겠구나. 랜턴을 꺼내자.

 

(일몰)

 

 

! 최악구간이 나왔다. 사타구니까지 빠지는구간이 끝이없다. 마지막 발악인가보다. 25분여만에 겨우 빠져나온다.

 

(최악구간)

 

615드디어 왼쪽으론 도로가 보이고 나무이동통로가 놓여있는곳에 도착했다.눈발이 날린다. 다왔나보다. 힘을내자.

도로는 제설작업 제로, 눈깊이는 발목에서 종아리사이, 군데군데 바람에 의한 무릅깊이 몇군데..차량통행은 힘들겠다.

 

 

- 06:30 조침령 표지석

9간만에 드디어 조침령표지석을 어루만진다. 멀리 오른쪽 서림방향으로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눈에 겁을 먹어 단목령은 포기한지 오래.. 이곳에서 자고 도깨비님정보대로 쇠나드리에서 오전7에 출발한다는 현리행 버스를 타느냐, 내일오전 양양에서 버스를 타느냐..고민한다. 딱히 텐트칠 장소는 없다.

 

(조침령)

 

다음들머리나 확인해보자. 어라! 누군가 올라갔는지, 내려왔는지 모르지만 발자국이 나있네....미련을 접자. 너무 지쳤다.

이왕포기한 것 내려가자. 서림까지 좀 멀어보이지만 2간이면 가겠지. 금방 산불감시초소가 보여 문을 열어본다. 잠겨있지않다. 침대까지 놓여있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호텔급이다. 잠시 갈등하나 어차피 내려갈 것 오늘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산불감시초소)


(도로..)

 

내려가는 길은 편안하지않다. 아무리 내려가도 아래쪽의 불빛은 가까워지지 않는다.

어디로 뚫는지 미완성된 터널도 있다. ! 설마 저길 통과하는 것은 아니겠지..내가 아무리 겁이 없어도..덜덜덜..~ 다행이다 길은 터널쪽이 아니다.

 

한 한시간정도 내려왔을까. 멀리서 차량이 올라온다. 아니 거의 서있다.

지가 탱크도 아니고 눈길을 올라 올 수는 없지. 걸음을 재촉한다.

! 방향을 돌렸다. 내려갈 모양이다. 막 뛰어간다.

다행히 굼뱅이처럼 느리다. 소리를 친다. 안들리는 모양이다. 랜턴을 깜박인다. 나를 보았다.

 

획 꺽어지는곳차는 아래 나는 바로 위에있다.  흰색 카니발이다.

아저씨 스톱!, 산에서 내려오는사람입니다!. 기달려주세요!. 차가 완전히 섰다. 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 ! 사람입니다.! 기달려주세요!. 그리고 비호처럼 뛰어 돌아내려간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차량은 속도를 높이더니 쌩 사라진다.

 

허탈하다. 저런 벼랑에 떨어져 xx.. 첩첩산중에서 사람소리를 듣고도 차를 안태워주다니..

조난당한사람이 구조요청하는거라면 어쩔려구

 

뛰었더니 땀도나고 목도 마르다. 다행히 양옆으로 물소리들린다. 내려가기 쉬운쪽으로가서 세수도 하고 목도 축인다.

절반 더 내려왔나? 이젠 눈도 없다. 털래털래내려오면서 전화를 켜보니 안테나가 이제사 풀로 들어온다. 택시를 호출하여 오라하고 도로에 내려오니 8시20분(?)이다.

 

대략 9시간~12시간거리를 1박2일에 23시간가량 걸렸구나..참 징하다.

 

산불방지기간전에 한계령, 아니면 미시령까진 가고싶은데..집사람이 허락을 할지...

그나저나 조침령까진 또 언제 걸어올라가나..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