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20회차 조침령~한계령~미시령

임호빈 2007. 9. 26. 00:31

지난번 눈때문에 조침령에서 내려온뒤 2주만에 다시 대간에 들어가지만 날씨가 많이 바뀌었다.인천에서 조침령가는길은 멀었다. 상봉동터미널까지 가서 현리행버스를 타야된다.

23년전 강원도 김화에서 군생활을 할때 마장동터미널에서 와수리가는 대진운수를 타고 비포장길을 달렸었는데, 현리가는길은 23년이 지났음에도 포장만 되었다뿐이지 김화가는것보다 훨씬 험난한것 같다.강원도에서 참 고생했다 생각했는데, 이짝에서 군생활한사람들보다는 좋은데서 했구나.

현리터미널에서 쇠나드리 조명호씨댁까지의 거리도 만만찮은 거리다.

본래 택시로 들어가야지하고 생각했었는데, 도착하기 30여분전에 픽업을 나오겠다고 조명호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중에보니 안주인이 현리에 볼일이 있어 나와있어 겸사겸사 나까지 태워갈 요량이었나보다. 그럼 교통비를 안줘도 되는거같은데..그래도 달라하네. 어째든 택시타고 들어가는것보다야 싸니 할말은없다.

 

1.산행일자     : 2006 2 25일(금)~2월26일() 2일간

 

2.산행구간     : 백두대간 구간(조침령~점봉산~한계령~대청봉~미시령)

 

1일차: 조침령~단목령~점봉산~한계령

조침령(07:00)-900.2봉(07:32)-Photo Point(07:49)-양수발전소이정표(08:44)-1138봉(09:26)-북암령(09:49)-단목령(10:47)-너른이골골갈림길(11:59)-점봉산정상(13:15)-망대암산(13:45)-필례초소(16:30)-한계령(16:40)

 

 

2일차: 한계령~대청봉~마등령~황철너덜~미시

한계령(03:45)-매표소(03:52)-한계3거리(05:28)-끝청(07:24)- 대청봉(08:28)- 소청(08:59)-희운각대피소(09:33)-식사후출발(10:33)-신선봉(11:10)-잦은바위골갈림길(11:36)-1275봉(12:57)-나한봉(14:37)-마등령(14:58)-저항령(18:09)-황철남봉(19:15)-1318.9봉(20:20)-너덜시작-너덜끝(22:15)-미시령(23:25)

 

3.산행거리 및 산행시간 :

1일차 : 23.90 km    : 9 40

2일차 : 23.73 km    : 19간40분

 

4.일행 : 1일차 망대암산까지 홀로, 이후 백은나김성선님부부와 동행

 

5.사용경비 : 어마어마한금액

. 시외버스(상봉동터미널~현리)        : 21,600

. 현리~쇠나드리(조명호씨 픽업)       : 15,000

. 숙박(쇠나드리)                     : 45,000

한계리민박(밥값만계산)             : 15,000

. 속초~인천(택시대절)                : 200,000

. 기타잡비                           : 20,000

 

6. 산행교통정보

 

 

7. 산행경로보기(마젤란 GPS, 스포트랙 맵으로 측정)

 .

8. 산행기록

 

2월25일 첫째날() : 조침령~단목령~점봉산~한계령

- 07:00 조침

6시35분에 출발하여 조명호씨 갤로퍼로 10분만에 조침령에서니 영하6도, 바람도 전혀없고 포근한게 괜히 완전무장을 했다.조침령표지석 사진을 한방 박은후 옷과 모자을 죄다벗고 집티와 얇은라이너장갑만 끼고 산행을 시작한다. 어영부영 15분이 후딱갔다. 백은나님도 7시경 오색초등학교에서 출발한다하니 부지런히 따라붙어야지..2주전엔 눈때문에 엄청고생했건만, 조침령오름길은 눈이 전혀없다.

조금 진행하다 곧 일출을 본다. 그러고보니 3주연속 산에서 일출을 맞이하는구나. 2주전엔 연가리골에서, 지난주는 불수사도북하며 우이암에서, 오늘은 조침령오름길에..

이래서 집사람이 냉냉했구나.다음달부터는 집에서 조신해야지. 이러다 황혼이혼당할라..

 

산림청위치번호:점봉30, 조침령1.1km/단목령8.8km 아니 단목령까지 10km길이라니..흠 먼길이구나.

 

산너머로 중청과 한계령이 보이는데 참 가깝게보인다. 지도상 단목령을 기점으로 좌로 확 휘어서 점봉산, 한계령을 거쳐 다시 우로 휘는것때문에 거리가 멀지..직선거리로는 대청봉이 얼마안되니 가까운게 당연하다.

 

왼쪽으로 보이는 양수발전소는 물이 별로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볼품이 없구나.

 

1138봉에서 북암령으로의 내리막길은 빙판길이라 정말 조심스럽다.아이젠의 발톱이 뭉툭해져서 내리막 빙판길에서는 제동효과가 거의 없다.매년 줄로 아이젠발톱도 세우고했는데, 올해는 게을러진데다, 봄도 다되었는데 하는생각에 안했더니 좀 고생이다.북사면은 아직도 눈도 많다. 겉이 딱딱하여 걷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간혹 푹빠지면 스텝이 엉키면서 무릅관절이 꺽여 조심해야했다.

 

하이고 북암령까지 거의 3시간이나 걸렸구나. 어제 깊은잠을 못자서그런지 힘은 안드는데 이상하게도 속도가 안난다.

야영체질인가..산에서 자면 잘자는편인데, 민박이나 여관에서 자면 꼭 잠을 설친다. 특히나 여관은 야리꾸리한 방송땜에 더 그렇다.

단목령이 얼마 안남았을즈음, 오색에서 올라온 등산객을 만나고 곧 사람소리가 시끌시끌한 단목령에 도착했다.

 

- 10:47 단목령(박달령)


       (무학님 대장군들은 잘 있으니 걱정마십시오)

 

과연 야영지로 참 좋겠구나, 4명의 등산객이 떠들석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카메라 밧데리가 떨어졌다면서 혹시 있느냐고 한다. 밧데리가 뭡니까하고 보니, 이크 밧데리가 하필 AA충전식 산요밧데리다. GPS용으로 들고다니는 여분이 있지만 짐짓 제 카메라는 그거랑 틀려서.. 모른체한다. 괜히 미안하네.

 

산행방향을 묻다가 대간하느라 한계령까지 간다하니 자기네는 점봉산을 갈라했는데, 출입금지구역이라 곰배령으로 간다한다. 그러면서 대간도 좋지만 점봉산이 출입금지구역이면 산악인으로서 당연히 법을 지켜야지하며 일장훈계를 시작한다.

에쿠..또 이상한 양반만났네, 피하는게 상책이다. 얼른 올라붙는다. 그쪽도 곧 올라온다.

한참을 가파르게 오른다음 이상하네..하면서 지도를 펴보니 곰배령도 점봉산, 작은점봉산을 거쳐 가게되어있다. 올커니 저사람들 점봉산으로 오르는지 안오르는지 확인해봐야지..그러나 주력차이가 커서인지 그쪽과 점점 멀어져서 다시는 못만나 확인이 불가했다.

 

백은나님의 위치가 궁금하여 전화를 계속해보나, 신호만가고 연결되나싶음 그냥 끊어지기만 한다.

너른이골 갈림길(점봉 2.1km지점, 너른이골 갈림길표지는 참 많더라)에 오니 백은나님이 붙여논 쪽지가 있다 "10시47분통과, 점봉산정상에서 기달리겠습니다" 무려 1시간30분차이가 난다. 전화를 하니 마침 통화가 된다 "백선생님 쪽지보았습니다. 두분 식사후에 그냥 진행하십시오. 제가 빨리 따라붙겠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점봉오름길은 쉽지 않다. 땀을 비오듯 쏟으며 올라친다. 에고 힘들어라 따라붙는거 취소다. 그냥 천천히가자.

점점 많은사람들 목소리가 들리고 후미그룹을 따라잡았다. 전국법원산악회에서 왔단다. 그럼 판사님들? 정말 그런가보다.혹시나해서 어디까지가십니까하니 한계령까지 간다하네.

그럼 여기 출입제한구역인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허락맡았습니까하니 공문을 넣었다한다.

어이쿠 잘되었다. 덕분에 떳떳한 산행이 되겠다. 그러면서 나보고 성씨가 뭐냐고 묻는다. 임씨라하니 그럼 혹 관리공단직원이 한계령에서 잡으면 임판사라고 하시오한다.

 

- 13:15 점봉산

뒤를 돌아보니 내가 출발한 조침령은 어덴지 모르겠고, 구룡령도 잘 모르겠다. 지형을 잘 읽어내는편이고 항상 지나온길, 앞으로갈길들의 봉우리를 유추하고 하는데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 다행히 앞으로 보이는 설악은 너무나 익숙하기에 표지판이 없어도 잘 알겠구나.

 

약간의 암릉구간이 있는 망대암산을 통과하고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지도상 십이담계곡길표시지점이있는 쉬기 좋은 바위가 있는 안부이다. 빵과 과자등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곧 몰려온 법원분들과 한동안 쉰다음 가파른 산죽길을 올라가다 백은나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망대암산에 계시단다. 엥? 망대암산을 통과했는데 두분은 망대암산에 계시다고? 그럼 내가 점봉산에서 있을때 정상어딘가에 계셨었나?

ㅎㅎ 착각을 하셨나보다. 만물상암릉직전인 1157.6봉에 계시단다. 20여분거리니 잠시 기달리십시오. 하고 부리나께 달려가 두분을 뵙고 드디어 황철너덜과함께 가장 걱정했던 만물상 암릉구간을 넘는다.

 

눈도있고해서 손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러산행기에서 언급한것처럼 가장위험한코스라는것에는 흠..잘 모르겠다.

물론 추운날 바위가 얼음코팅된다든지, 빗물이 줄줄흐른다던지..그럼 좀 더 어렵겠지만...

그냥 백두대간을 지금까지 진행해오신분이라면 큰 어려움없이 재미있게 지날 수 있는정도라고 판단하는게 맞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가 했는지모르지만 새밧줄이 곳곳에 잘 설치되어있어 무겁게시리 25m 테이프슬링과 데이지체인을 가져왔는데..필요가 없었다.

몇군데서 김성선님 끌어올리느라 데이지체인은 몇번 써먹었다.

 

사실 사고는 이런곳에서 나는것이 아니고 오히려 쉬운데서 나는것 같다.

추풍령~큰재같이 평이한 오솔길에서 돌을 잘못밟아 발목을 삔적이 있고, 중재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두어바퀴 떼굴떼굴 굴러 손목을 삔적이있고..아무튼 나는 그랬다.

 

 

이렇게 생각보다 싱거운 암릉구간이 끝나고 15분여 급경사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진지가 나오고 곧 필례약수가는 도로와함께 초소가 보인다. 겨울이라그런지 초소엔 아무도 없다.  

보아하니 왼쪽으로 내려가는것이 아마도 여러 선답자들이초소를 피해 내려가는길같은데, 표지기는 오른쪽의 초소로 바로 내려가는쪽에 대량으로 달려있다.

이번에야 공단에 공문을 넣었다하니 괜찮다만..어쨋거나 법원의 위력을 시험하고자 했건만..아깝다.

초소의 철망을 따라 10여미터진행하면 철망이 끝나는 지점이고 여기서 도로로 넘어와 건너편 어느쪽으로 붙어야 한계령까지 마루금을 이어갈까 쳐다보지만 다 철망에다가 급경사여서 쉽지않아보인다.

그냥 10분정도 한계령가는 도로따라 올라가고 만다.

 

- 16:30 필례초소, 16:40 한계령도착

9시간40분걸렸다. 대형배낭만 메고다니다 당일배낭을 메니 별로 힘든줄도 모르겠고 속도도 확실히 빠르구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한 법원산악회팀의 권유로 막걸리와 오뎅으로 뒤풀이에 참석하고, 선입감인가.. 법원분들이라 그런지 일반안내산악회사람들하곤 틀리게 무척 점잖고 예의바르다.

 

한계리의 민박집은 무척이나 청결했고, 식사도 좋았다.(한계리 가고파민박: 017-375-3463)

야영을 했음 꼬질꼬질한 몸으로 하룻밤을 지새야했을텐데, 따뜻한물로 샤워하고, 옷도 빨고 정말 럭셔리하다.

 

치밀한편이라 산행전 여러정보를 꼼꼼히 챙기는데, 언젠가부터(정확히는 도깨비님을 알고부터) 대충챙켜와 빼먹은게 너무많다. 속초에서 서울오는 버스정보를 다시 부탁하고 잠이든다.

참 고맙다.

 

2월26일 둘째날(일) : 한계령~대청봉~마등령~황철너덜~미시

 

- 03:45 한계령, - 03:52 한계령매표소

한계령에 도착하니 어제완 날씨가 딴판이다. 바람도 거세고, 흐리고..춥다.

두분께서 초반오르막에 약합니다라고 했지만 어젠 내리막길이라 잘 몰랐는데 정말 느리다.

덕분에 쉬엄쉬엄가니 체력소모는 적다만, 미시령까지 가야되는데..걱정이 앞선다.

 

        (김성선님)

      (중청에오니 바람이 아주 거세다)

 

- 08:28 대청봉

눈발도 날리고 짙은안개에다가 바람이 거세다. 중청대피소에 오니 폭풍수준이다. 오늘 날씨가 계속 이렇다면 마등령에서 하산할 수 밖에없다.

완전무장을 하고 대청으로 오른다.

바람이 너무거세서 옆의 철망으로 몸이 날리면서 게걸음으로 비틀비틀 올라간다.

오르면서 백은나님과 내려갈때 죽음의계곡으로 내려가자고 했었지만, 내리는눈발,안개와 바람에 포기를 하고 그냥 소청으로 내려가기로 바꾼다.

오르다 보니 오색에서 올라온 안내산악회사람들이 내려오고있다.

대부분 복장이 부실해 추위와 바람에 고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얼마안가 젊은여자가 울면서 기다시피내려온다. 일행을 잃어버렸단다. 안개때문에 중청대피소가 안보이지만 10여분만 가면 대피소라 얘기해주고 진정시킨다.얇은티에 자켓하나 입었으니..자켓모자의 스트링을 쪼여주고 내려보낸다.

    (이리로가야 되는데...맞지요?)


    (김성선님)
 
  (접니다. 무슨 바다에서 나온 스킨스쿠버같아요)

     (백은나김성선님부부)
다행히 소청을 지날때즘 바람이 약해지면서 날이 개이기 시작한다. 천만다행이다.

 

- 09:33 희운각대피소

두분에 앞서 내려와 밥을하고 라면을 끓인다. 식사후 핫쵸코와 커피를 섞어타서 입가심을 하고 출발을한다.

두분은 컵라면과 밥한공기가 남아있고, 난 라면을 하나 남겨서 후에 점심으로먹자고 했지만 결국 희운각에서 먹은게 20시간산행하는동안 유일한 식사가 되고말았다.

 

어젯밤 두분께는 마등령에 12시전에 도착못하면 그냥 하산하지요..했지만, 희운각에서의 출발이 10시30분이니 마등령에 2시전 도착은 어렵다. 모르겠다. 일단 마등령에가서 결정하자.

한참진행하다 샘터로 내려가는길의 탐방로아님표지판에서 진짜공룡은 이쪽으로 가야되는데 일로 가시겠습니까 했더니 위험하냐고 물으신다. 보다시피 이곳 초반만 조금 그렇고 나머지구간은 좋습니다. 했더니 올라오신다.

이곳은 단풍철 공룡능선이 아무리붐벼도 몇명외에는 지나는 사람이 거의없다. 야영터도 아주 좋다. 아래쪽 정규등산로 샘터를 이용하면되니 물걱정도없다. 어쨋거나 바로위의 등뼈로 올라서면 전망이 무지좋지만, 바람과 추위때문에 포기하고 곧장 진행하여 샘터에서 올라오는 정규등산로와 만나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서서 1275봉안부에 도착, 휴식을 취한다. 반대편에서 몇명의 등산객이 지나와 인사를 한다. 오전의 악천후때문인지 4명외에는 만나는 사람이 없었다.


   (계속된 수면부족으로 얼굴이 팅팅부었다)

- 14:58 마등령

마등령독수리상은 여전히 잘있었고, 두분이나 나나 설악동으로 내려간다는것은 사실 생각도 안했고, 할 수가 없었다. 임선생 갑시다. 차시간이 지나면 다른 방법이 있겠지요..다리에 약간 쥐가 났음에도 끝까지 가자는데 감히 내려가자는 얘기를 어떻게 하나..

 

비선대갈림길 마등령정상의 출입금지 안내판에 섰다. 이제부터는 미지의 길이다.

출입금지안내판을 지나 30여분 오르막끝에 갈길와 걸어온길이 명확히 보이는 무명봉에 섰다.

 

    (갈길..암봉을 넘어 잘록한곳이 저항령, 왼쪽이 황철봉..그후 오른쪽으로 휘어가서 넘은 후가  미시령인가보다)

 

갈길을 보니 참으로 먼길이구나. 두렵다. 황철너덜도 두렵고 막차를 놓칠까봐도 두렵다. 어쨋거나 내일 오전 8시전까진 애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해야만한다. 텔레마케터인 집사람은 휴가낼 형편이 안되고..

   (17시15분, 대청이 멀리보이는것이 많이도 걸었다.)

 

  (저항령과 황철남봉)

작은암봉을 우회하며 잔돌이 깔린 너덜을 지나고 다시 저항령직전 우뚝솟은 암봉을 올라가는 길도 너덜이다. 흠 이게 너덜이구나. 이정도가지고..다시 암봉사이로 붉은페인트로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넘으니 드디어 저항령이 눈에 들어오고 내려가는길은 커다란 너덜지대다. 와 이게 진짜 너덜이구나.(사실 이건 너덜도 아니었지만..) 이곳도 길표시가 되어있었고 굳이 길을 따라 가지 않아도 되었다. 어쨋거나 멀리보이는 저항령안부를 기준으로 내려가면 되었으니까..

가볍게 내려서니 해가 지고있다. 다시 빡세게 올라쳐야되는구나.

지도상 전망대표시된 봉우리(황철남봉)까지의 작은너덜은 군데군데 화살표식과 랜턴의 불빛으로 가끔씩 보이는 표지기가 잘보여서 쉽게 올라갔다.

 

- 19:15 황철남봉

바위정상에 서니 속초야경이 훌륭하다.100두님과의 전화통화후 자신감이 넘친다. 이정도의 너덜이라면 크게 걱정할것이 없겠다.

다시 도깨비님의 전화를 받고 남봉에서 20여분가면 황철봉이라는데 황철봉이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친다. 산행기에는 정상석 대신 천연보호구역표지판있다는데 어두움에 위쪽 표지기만 신경쓰다보니 어디있는지 찾지도못하고 지나친다. 한참을 평이한 숲길을 지나고 군데군데 야영하기 좋은 터를 지나치고 그렇다가 진짜 너덜을 만났다.

 

아니 그럼 황철봉도 지나쳤고 황철북봉도 천연보호구역표지판이 있다던데, 그것마져 지나쳤다는것 아닌가.

지금까지 이렇게 흐리멍텅하게 산행을 한적이 없는데..어둡고 빨리 미시령에 가야한다는 강박감때문에 그랬나보다.

랜턴으로 아무리 둘러봐도 끝이보이지 않는.. 지금까지의 너덜과는 차원이 달랐다. 너덜은 집채만큼 컸고 구멍도 깊어 잘못빠지면 크게 다치겠다. 다행히 여자라 걱정했지만 김성선님도 잘 따라오고 계신다.

표식도 있었고 랜턴의 불빛에는 돌탑도 보여 따라 내려가다가 가끔 GPS로 방향이 맞는지 확인을 했다.

 

여기까지도 걱정이 안되었다. 흠 희미하지만 표식도 있고, 돌탑도 있구나..그러나 조금있다가 모든 표식을 놓치고 GPS상 숲 어디론가 길은 이어지는것 같은데..어디로 가야되나..분명히 숲 어딘가로 길이 있을것 같은데..할 수 없이 GPS의 방향대로 숲을 치고나가니 금방 좀전보다 더 큰 너덜 나타났고 그 너덜의 맨 꼭대기였다. 앞과 옆으로 돌아보아도 끝이 안보이는구나. 너덜은 정말 컸다.

너덜이 시작되는 나무위에는 표지기가 하나 붙어있어 길을 제대로 찾았음을 알 수있었다. 휴 ~~

 

바위위에는 다시 페인트표시가 되어있었고 조금 더 내려가니 길은 왼쪽으로 90도 꺽어지고 멀리 나무위에는 또 표지기하나가 위치를 표시해 주고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다였다. 그표지기이후로는 어떤 표식도 길표시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앞으로 나아갔다. 아니 여기저기 표식이있나 너덜위를 돌아다녔다. 멀리 돌탑처럼 보이는곳은 가까이 가보면 돌탑이 아니었고, 백은나님은 GPS트랙과 반대되는 방향의 솟아있는 돌탑(실제는 그냥 솟아있는 바위)을 표식으로 오인하여 그쪽방향으로 가자고도 말씀을 하셨다.

 

어째든 길은 잃은것은 분명했다. 다행인것은 GPS가 있고 전화가 잘 터지는곳이라는것이고, 불행한것은 그믐이라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인다는것이다.

 

일단 GPS의 트랙과 나란히 가보자.. 그러나 너덜의 1시방향으로 약간 우측으로 빗겨가보지만 이내 숲길이 나타났지만 어디를 보아도 길처럼 보이는부분은 없다. GPS의 오차상 이곳에서 좌우로 20~30m범위에 분명 길이 있을텐데..

그래 다시 빽하여 GPS의 트랙을 열십자로 뚫어본다. 그러나 너덜위에서 그래봤자 너덜일뿐..길표시는 없었다.

 

도깨비님께 전화하여 이것저것 물은후 조금 더 나아가니 너덜사이에 코펠이 보였다. 너무나 반가왔다.

누군가가 여길 지나면서 떨어뜨렸거나, 아니면 요기를 하려고 하다가 떨어뜨렸나보다, 어째든 이곳으로도 사람이 지났고 이주위에 길이 있는것은 분명하다.

 

너덜의 끝에서서 GPS의 트랙을 믿고 저 시커먼 잡목숲속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너덜을 왔다갔다하며 길다운길을 찾느냐..
 
김성선님 우리 길을 잃은것 같아요. 겁나지 않으세요? 했더니 남자분이 두명이나 있어 겁나지 않는단다. 다시한번더 너덜위쪽으로 올라가보자. 한참이나 올라가보지만 숲으로 이어진 길은 찾지못하고, 다시 내려와 백은나님이 먼저 들어간 숲길로 다함께 들어간다.
 
트랙을 믿어보자. 숲속은 철쭉과 잡목과 노송, 그리고 푹푹빠지는 눈밭이라 겁이났다. 얼마를 치고나갔을까..GPS트랙이 계속 평행를 달리네..그럼 끝없이 이렇게 갈 수는 없는법.
여기서 다시 고도를 높이는쪽으로 GPS트랙을 열십자로 뚫어보기로하자. 그럼 나의 진행트랙과 GPS트랙이 겹치는 어딘가가 등산로일것이다. 아니면? 일단 해본다음 결정하자.
그렇게 다시 위쪽으로 치고 올라갔다. 군데군데 발자국처럼 보이는곳이 있었으나 동물발자국이었고 얼마나 치고 올라갔을까? 거짓말처럼 수많은사람들이 눈을 쓸고간 등산로를 만났다. 아! 예상은 적중했다.
두분을 부른다음 잠시 한숨돌리라하고 길이 맞는지 좀더 진행하여 확인해보니 표지기도 보이고 맞는것 같다.
 
- 22:15 너덜끝
이렇게 뭐가뭔지도 모르고 헤메다가 너덜을 빠져나왔다.
거의 2시간을 너덜에서 헤메였다.
백은나님이 배고 고프신지 뭔가 요기를 하자고한다. 여기서 미시령까지는 한시간넘게 걸릴지도 모르고 잘못하면 제가 막차를 놓칠 수도 있으니 쵸코렛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그냥 가자고하여 출발을 한다.
 
이제 랜턴의 불빛이 많이 약해져 겨우 발밑정도만 비추는 정도다. 내려오면서도 눈이 딱딱하여 발이 빠지지않고 그위로 진행한곳은 발자국흔적이 약하고 랜턴불빛도 약해 몇번이나 길을 잃었다 찾았다하면서 내려오니 미시령휴게소의 흐미한 불빛이보인다.
 
- 23:25 미시령
철망이 쳐진 곳에 서서 철망 오른쪽끝부분 절개지와 만나는곳에서니 어이구 잘못하면 도로위로 바로 굴러떨어지겠다. 조심하며 철망을 잡고 돌아서서 내려오니 11시25분이다.
꼬박 20시간가까이 걸렸다. 또하나의 산행신기록을 남겼고, 백두대간하면서 3번째 길을 잃어 고생했다.

 
귀신에 홀린듯 황철봉부터 너덜을 통과하기까지 너덜은 어떻게생겼는지,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결국 막차도 놓쳤다. 두분께 참 미안하다. 20시간동안 단 한끼만하고 걸었으니..그냥 너덜통과후 라면이나 끓여서 간단히 요기하고 내려올껄.
 
이곳은 미시령~진부령구간전에 꼭 다시한번 지나야겠다. 그래야 너덜이 이렇게 생겼고 이렇게 지나야한다고 얘기를 할것이 아닌가. 그냥 헤메다보니 너덜을 빠져나왔더라 이렇게 얘기하고싶지 않다.